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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어느 허무명랑한 인생 (A Futile And Stupid Gesture, 2018) - 명랑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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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인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17 10:48 148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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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랑 히어로

전기 영화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은, 당연하게도 영화가 다루려고 하는 실존 인물의 거대한 아우라다. 어떤 드라마보다 강력한 실제의 힘은 감독들에게는 오르기 어려운 산인 동시에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기도 하다. 부정할 수 없는 그 실존 인물의 그림자에 어떤 영화들은 의존하고 어떤 영화들은 결국 무너진다. 통제하기 쉽도록 인물을 왜곡하는 영화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특이하다. 그는 ‘더글라스 케니(윌 포테)’를 정면 돌파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은 채 회피하는 방법으로 그를 그리려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제목처럼 허무‘명랑’한(허무맹랑이 아니다! 그러나 영화의 내러티브는 허무맹랑하기도 하다) 인물인 더글라스 케니(이하 더그)에 대한 전기 영화다. 영화는 70년대를 주름 잡았던(스스로 70년대 코미디를 재정립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인) 유머 잡지 ⟪내셔널 램푼⟫의 창립자이자 영화 제작자, 라디오 스타였던 그를 차근히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작 주요하게 묘사되는 것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더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인물인 ‘헨리 비어드(도널 글리슨)’를 주로 이야기하며 헨리가 퇴장한 이후에도 그의 주변 인물들로 인해 영향을 받는 더그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마치 엄청나게 많은 거울이 달린 방처럼, <어느 허무명랑한 인생>은 주변 인물을 통해 더그를 비추는 것만 같다. 더그의 인생은 그 혼자의 힘으로 이끌어나간 것이 아니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더그의 개그 스타일에 기원한다.

 

더그는 영화 내내 농담을 한다. 진지해야 할 순간에도 끊임없이 농담을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나 농‘담’은 상대방이 있을 때만 비로소 성립 가능하다. 그는 자신의 옆에 누군가 있을 때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퀀스가 슬럼프에 빠져 잠적했던 더그가 다시 등장할 때이다. 이 장면 역시 일반적인 전기 영화의 공식을 비트는 것이라 재밌긴 하지만, 그보다 내가 주목했던 점은 그가 혼자 있을 때 열심히 썼던 소설이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더그는 언제나 누군가와 상호작용을 해야 했던 사람이다. 영화의 후반부, 더그는 자신의 효능감을 상실하고 다시 한 번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보라. 단순히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실없는 농담이 더 이상 누군가를 웃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순간은 끊임없이 주변을 비추던 카메라가 실은 더그를 굴절된 각도로 비추고 있었음을 발견하는 때이다. 더그의 이해할 수 없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과 애정결핍의 끝이 사실은 이미 죽어버린 형과 부모님을 향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나중에 가서야 ‘우리도 모르는 새에’ 눈치채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할 수 없는 것도, 상황을 실없는 농담으로 모면하려는 것도 영화가 더그를 그려내는 방식과 닮아있다. 그러니 시작부터 걷어내 버리는 오프닝이야말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시퀀스는 아니었을까. 감독은 역사, 그러니까 ‘더글라스 케니’라는 인물의 내러티브를 걷어내고 그의 본질만을 캐치하여 영화화한다. 영화는 철저히 그의 삶을 닮아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건, 더그를 향한 감독의 편지 같은 엔딩이다. 그야말로 가장 엄숙한 순간에조차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그 질펀하고 천박한 농담에 실린 따뜻함에 나 역시 킬킬대며 웃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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