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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브라만 나만 (Brahman Naman, 2016) -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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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인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3-29 11:11 29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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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이즈 웰!

어떤 코미디 영화들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2가지로 나뉘는데, 첫째는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를 코미디라고 우기는 경우고, 두 번째는 영화에서 희화화하고 풍자하는 것들이 현실과 생생히 맞닿아 있어서, 정말로 씁쓸해질 때가 있다. 우리는 이를 ‘블랙 코미디’라고 말한다. <브라만 나만>은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가 원하는 목적에 충실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발리우드 영화 <세 얼간이>(2009)를 떠올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공부량으로 악명 높은 인도의 한 공대에서 벌어지는 3명의 청춘이 겪는 방황과 그사이에 벌어지는 유쾌한 코미디, 흥겨운 발리우드 리듬을 가진 이 영화는 2009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강타했고, 영화의 격언처럼 제시되는 ‘알 이즈 웰!’(모두 잘 될 거야!)은 일종의 유행어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만 나만>은 그런 <세 얼간이>이 내포하는 사유의 대척점에 서 있는 영화다. 그리고 ‘알 이즈 웰!’이라는 대사가 묻어버린, 세 얼간이의 실제 얼굴을 까발린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만 나만>의 배치는 다분히 의도적이다. <브라만 나만>에도 역시 연애 한 번 못 해본 3명의 남자 대학생들이 나와, 퀴즈 대회를 치르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청춘 코미디를 표방한다. 이들은 얼간이들처럼 묘사되긴 하지만, 속해있는 세계는 사뭇 다르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은 카스트 제도의 최정점인 ‘브라만’ 계급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타인과 타종교를 무시한다. 여성에 대한 ‘농담’은 또 어떠한가. 이는 단순히 농담의 형태를 넘어서 시선의 추악함으로 확장한다. 여성들은 나만(사샹크 아로라)의 시선과 망상에 따라 신체 부위별로 잘려져 박제된다. 그 대상이 누구든, 아만에게 여성은 성욕의 해소 도구로밖에 인식되지 못한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나만을 대하는 영화의 태도다. 나만의 차별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영화 안의 모두가 나만을 좋아한다. 아쉬(신두 스리니바사 무르티)는 자신을 무시하는 나만을 쫄쫄 따라다니고, 그가 성차별주의자에 계급주의자임을 알면서도 나이나(아눌라 나벨카)는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그가 내뱉는 농담과 ‘청춘 호르몬의 하드코어 장면’(예고편에서 말하는)이 등장할 때마다 감독은 자연스러운 코미디나 드라마의 일부분으로 처리해버린다. 어떠한 판단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처리되는 장면들은, 역설적으로 인도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차별을 감각화한다. 가부장 아버지(퀴즈 진행자 브라이언을 포함하여)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나만과 라무(차이타니아 바라드), 아제이(탄마이 다나니아)를 제압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악동 나만이 뻐그러지기 시작하는 것은 퀴즈 쇼에서 벌어지는 협잡부터이다. 브라만 남성으로써의 권위도 권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처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겪고 난 이후의 나만은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때서야 나만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한다. 드디어 나만의 입에서 ‘참회’를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통쾌하고도 씁쓸한 부분은 바로 그 순간에 있다. 카메라는 참회의 순간을 삭제해버린다. ‘돌아온 탕아’ 나만에게 허락되어야 할 참회와 용서의 시간을 삭제함으로써, 나만의 고백은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린다. 감독은 한순간의 참회로 면죄부를 얻으려는 나만을 원천봉쇄 해버린다. 이는 한 번의 깨달음으로 그가 행했던 모든 폭력을 용서해주지 않겠다는 단호함이기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후의 시퀀스는 여전히 시혜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만을 보여줌으로써 섣불리 용서할 수 없는, 뿌리 깊은 차별의 구조를 드러낸다. 

<브라만 나만>의 세계에서 <세 얼간이>의 신조 ‘알 이즈 웰!’은 무색해진다. ‘누구도 잘될 수 없는’ 인도의 현실에서 세 얼간이의 진짜 모습은  나만, 아제이, 라무였음을 폭로한다. 무엇보다 씁쓸한 건,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본 후 글을 쓰기 위해 영화의 시놉시스를 다시 본 순간일 거다. ‘80년대 인도를 무대로’라는 문구에서, 다시 한번 ‘알 이즈 웰!’은 공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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