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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브라이트 (Bright, 2017) - 도시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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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환상을 자극하는 것을 일컬어 ‘판타지’라고 한다. 그와 연결 지어 환상을 자극하는 문화 장르 역시 ‘판타지’라고 한다. 어렸을 적 [해리포터]를 읽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이 소설 속세계로 빠져드는 상상을 해봤듯이 말이다. <브라이트>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종족들이 현대에도 우리랑 함께 살아간다면?’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음직한 이야기를 구현해본다.
<브라이트>에는 우리의 환상과는 다른 냉혹한 현실이 있다. 평행 세계처럼 제시되는 영화는 실제의 세계와 판타지의 세계가 별반 다르지 않는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2천 년 전의 일로 원죄를 (마치 <반지의 제왕>의 세계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부여받고 사회의 쓰레기 취급받는 오크 종족과 태초부터 고귀한 존재라는 듯 지배층이 된 엘프들로 사회는 게토화된다. 그런 세상에서 데릴 워드(윌 스미스)와 닉 자코비(조엘 에저턴)의 조합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역사상 최초의 오크 경찰과 영화 밖 현실에서 차별 받고 있는 흑인의 콤비이기 때문이다. 둘은 마법봉으로 벌어진 일들 때문에 도시를 휘저으며 이 상상 속 뉴욕을 보여준다.
특히 자코비는 오크와 인간의 혼혈로서 경계선에 있는 존재기도 하다. 그는 인간에게도 오크에게도 경멸 받는다. 그래서일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사회에 소속되려 한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자신의 목숨마저도 걸 정도니까. 심지어 경찰은 시민들에게 경멸 받는 직업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도시의 ‘공무’에 복무하고자 한다. 그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는 방식은 국가라는 정체성에 소속되어 일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브라이트>는 이런 그의 특성을 이용해 복합적인 인물상을 제시한다. 흉측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영화 안의 다른 누구보다 ‘경찰’이라는 직업에 어울리는 마음가짐을 지닌 캐릭터가 바로 자코비다.
그런 상황에서 ‘마법봉’라는 존재는 이 모든 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법봉과 같은 물건이다. 2천 년전 어둠의 군주를 물리친 이후의 뉴욕에서 마법은 금기시되고, 영화에는 금기시된 마법을 보호하고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하려는 세력과 그런 마법을 이용해 어둠의 군주를 불러들여 세상을 지배하려는 세력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법봉을 쓸 수 있는 존재는 (대체적으로 엘프지만) ‘브라이트’다. 브라이트 역시 영화의 세상 속에 존재하는 종족 간 차별처럼 태생적으로 정해지는 존재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브라이트>에서 마법을 금하든 추구하든 보호하든, 모든 것의 전제는 '마법의 힘'이다. 또한 마법의 힘은 개인적 차원의 힘을 넘어설(물론 어둠의 군주를 부르면 다르겠지만) 수는 없다. 그런데 정작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사실 자코비와 워드, 그리고 티카(루시 프라이)의 종족을 넘어선 믿음이다. 마법봉의 행방이 누구 하나에게 독점적으로 주어지는 방향으로 끝나지 않는 것도 이를 은유한다. 결국 마법으론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없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런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브라이트>는 비록 스토리 곳곳에 설정 구멍이나 엉성한 구성, 혹은 진부한 구조가 눈에 띄지만,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깬다는 데 가치를 두고 싶다. 단순히 장르가 도시라는 공간으로 편입되었다는 사실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흔히 설정되는 선입견과 필수 요소들이 작동하는 기능을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대신 들어차는 것들이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은, '판타지'라는 장르조차 우리의 현실과 무관한 상상의 영역으로 도망칠 수 없음을 뜻한다. <브라이트>가 위력적일 수 있는 건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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