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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1922 (1922, 2017) - 1922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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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1922>는 공포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공포를 자아내는 일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물론 끔찍하고 잔인한 이미지들은 불쾌하긴 하지만, 이는 공포와는 거리가 먼 감정이다. 시골에서 아내,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사는 윌프레드(토머스 제인)는 도시로 이주해 살고 싶은 아내 알레트(몰리 파커) 와 결정적으로 갈라진다. 시골의 가치를 지키고픈 그는 아들을 꼬드겨 죄를 저지르고,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1922>가 보여주는 사회상에는 다양한 지점이 있다. 1922년은 미국의 황금기였지만, 도시와 시골의 격차가 커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부부의 갈등은 이 사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윌프레드는 아들 헨리 행크(딜런 슈미드)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감성적인 아버지지만, 이웃집 할란(닐 맥도너)의 고분고분한 아내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아내를 증오한다. 게다가 여성의 실종은 별다른 수사 없이 종결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인 시대였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윌프레드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그의 죄책감인지, 원한으로 가득 찬 악령의 짓인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인물에게도 적용된다.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인간적인 윌프레드는 누구보다 소시오패스 같은 면모도 보유한다. 영화는 그를 둘러싼 세계를 단일하게 규정짓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그가 받는 벌도 단일하지 않다. 단죄는 죄책감에서 비롯될 수도, 악령이나 우연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변화된 형벌은 우리로 하여금 각자의 생각으로 윌프레드를 벌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우리의 심연이기도 하다. 우리는 죄악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니, 무엇 때문에 죄악을 저지를 준비가 되어있는가?
윌프레드에게 가해지는 진정한 형벌은 아이러니다. 그것은 (다분히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의 영향을 받은 듯한) 영화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벌이 아니라서, 말 그대로 '저주'같은 느낌을 준다. 윌프레드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려고 이 모든 일을 벌였지만, 역설적으로 이 일을 시작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는다. 그 사실이 다른 어떤 공포보다도 윌프레드를 옥죈다. 그는 이제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 이 상황을 만든 것은 바로 그 스스로다. 그는 (놀랍게도) 속죄를 하지는 않지만,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였는지는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22>에서 무엇보다 무서운 지점은 파국의 결말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는 데 있다. 윌프레드는 파멸하고, 저주의 과실은 그에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과 호시탐탐 그의 재산을 노렸던 농업 회사가 가져간다. 이 모두는 결국 영화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등장하지 않는 '도시'라는 공간과 '자본'이라는 무형의 권력이 제임스 가(家)에 내린 저주다. 그것들은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고 윌프레드의 잔인한 본성을 부추기며, 헨리와 그의 여자친구 섀넌(케이틀린 버나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이는 저주의 효과가 제임스 가족에게만 그치지 않는 것에서 증명된다.
영화의 처음, 윌프레드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죄악에 대한 고백이며 동시에 저주의 본질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비록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사실이지만(그렇기에 더욱 무시무시한 지점이지만), 우리는 그의 기록을 통해 비로소 1922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된다. 피로 얼룩진 한 가족의 이야기는 당시의 미국을 은유한다. <1922>의 주인공들 중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다. 오로지 각자의 공포에 떨뿐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자는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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