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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영화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2019) - 말을 듣지 않는 남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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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포인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회원메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8-09 18:01 57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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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결혼 이야기〉를 보면서 찰리(아담 드라이버)가 대변하는,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남성들’이 떠올랐다. 이는 〈결혼 이야기〉에만 등장하는 특별한 캐릭터는 아니다. 수없이 많은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입으로는 사랑하노라 말하지만,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기만을 바란다. 그런 남성들은 대부분 관계 속에서 여성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의 눈에 여성들은 충동적이고, 비논리적이며, 속을 알 수 없는 존재다. 이처럼 어느 쪽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영화는 180도 달라진다. 마치 게임의 N 회차 플레이처럼, 완전히 달라지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안에서 일반화된 남성성을 규정하고 까내리려 꺼내는 말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결혼'이라는 제도―혹은 상태―에 대해 무언가 보이는 것이 있었을 뿐이다. 영화로 돌아가 보자. 〈결혼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찰리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이혼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혼과 이혼이라는 단어의 뒤 편은 맥락과 맥락의 싸움, 언어와 비언어의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전장이다.

 

1.

<결혼 이야기>는 맥락을 교묘하게 이용한다. 어떤 때는 노골적으로 알려주다가 또 어떤 때는 마지막에서야 드러내내기도 한다. 우리는 니콜의 관점으로 영화를 따라가다 그녀가 찰리의 바람을 고백하는 순간,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영화는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찰리의 시선을 따라간다. 영화의 리듬 또한 절묘하다. 장르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치고 빠지는 동안에, 우리는 두 인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보내고 있고, 마주 보고 웃으며 각자의 맥락을 이해할 것 같이 느낀다. 심지어 둘은 아직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아무런 예고 없이 돌출되는 행동들, 변호사들 사이에 앉아있는 그들의 긴장감은 이 커플이 이혼 조정 중이라는 사실을 주지 시킨다. 이해할 수 있다가도 오해하게 되는 영화의 완급 조절은, 이해와 오해의 잔혹한 차이가 공존하는 삶의 속성과 닮아있다.

 

감독은 이러한 속성을 영화 안에 펼쳐놓고는, 타인의 말을 듣지 않는 찰리를 데려온다. 찰리는 끝내 니콜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는 다분히 중의적이다. 그것은 정말로 니콜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일 수도, 표정일 수도, 언어와 전혀 상관없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찰리는 연극의 세계에 속해있는 사람이고, 니콜은 영화의 세계에 속해있는 사람이다. 연극의 장소는 유한하지만, 영화의 장소는 무한에 가깝다. 찰리는 뉴욕을 떠나려 하지 않지만, 니콜은 뉴욕을 떠나고 싶어 한다. 니콜은 그녀가 속한 세계만으로도 이미 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셈이다.

 

2.

영화는 니콜이 보내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찰리에게 ‘대화’란 발화된 언어들 간의 교환일 뿐이다. 말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LA에서 살겠다’는 말이 없었으니, 당연히 뉴욕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헨리(야지 로버트슨)를 대하는 태도에도 드러난다. 아직 어려 말을 잘하지 못하는 헨리의 심정을, 찰리는 알지 못한다. 

이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전사(前史)에는 니콜의 수많은 신호와 제스처가 겹쳐 있을 것이다. 이혼 조율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안에서도 그런 상황은 반복된다. 니콜은 영화 내내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찰리의 영역인 '말'로도 얘기해본다. 중후반에 등장하는 둘의 싸움 시퀀스를 보자. 찰리가 그토록 원했던 말의 향연 안에서도, 진심과 거짓은 섞인다. 서로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던 싸움 후 찰리는 허망함에 무릎을 꿇는다. 감정과 진심을 다 쏟고 난 후, 그 자리에서마저도 거짓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그들은 굳게 닫힌 자신의 문을 연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남성은 그제야 자신을 깨닫는다. 그렇다고 둘이 극적으로 재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서로의 차이를 인정했을 뿐이다. 이제 다시 시작할 뿐이다. 그리고 영화도, 다시 시작된다. 

 

3.

영화의 시작, 각자의 장점을 말하는 자리에서 니콜은 대화를 거부한다. 그러나 기록된 말의 끝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들의 관계는 본래의 운명대로 이어진 상태로 존재했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결말처럼 서로의 끊어진 실을 간직한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편이 옳은 것일까? 무엇이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결혼'은 비록 제도이지만, 결혼을 유지하는 건 어느 한쪽의 체념이 아니라 어느 한쪽의 말을 들어주는 행위라는 것. 그것이 관계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감독은 힘주어 말하는 듯하다. 그런 상태야말로 결혼이라는 제도가 지키려 했던 가치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이혼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임에도 제목이 '결혼 이야기'인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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